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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밋한 건 싫어! 나만의 콘셉트로 개성 ‘뿜뿜’…달라진 졸업사진
코로나 앤데믹 졸업사진 변화
교복 대신 드레스·한복·복고 등장
마스크 벗고 친구와 거리 좁힌 탓
코스프레 통해 개성과 장점 표출
졸사, Z세대 특별한 문화로 정착
코로나 앤데믹을 맞아 마스크를 벗는 일상생활이 빠르게 안착되면서 기존 졸업사진의 틀을 깬 개성 있는 콘셉트의 졸업앨범 촬영이 Z세대의 특별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 내년 2월 졸업 예정인 중학교 3학년 김예은(가명)양은 얼마 전 졸업사진 촬영을 했다. 사진 촬영을 앞두고 인스타그램 등을 검색하며 반 친구들과 콘셉트를 의논했다는 그는 “각자 취향과 선호하는 인물에 맞춰 특정 의상, 캐릭터 코스튬, 제복 등을 입기로 정했다”며 “평소 입던대로 사진을 찍겠다는 친구들은 거의 없었고, 오히려 반별로 회의까지 하면서 소품을 준비하고 의상을 수선하기도 하는 등 기발하고 독창적인 의상을 선보여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 신도림고 3학년 이수아양은 <토이 스토리> 우디 복장으로 졸업사진을 선택했다. 그는 “반 애들과 코스프레가 겹치지 않게 하려고 의논해서 캐릭터를 정했다”며 “공주 의상에 도전하고 싶었으나 키가 작고, 통통한 편이고 친구 여럿이 공주 의상을 한다고 해서 남성 캐릭터임에도 귀엽고 깜찍한 이미지 연출이 가능할 것 같아 선택했는데, 생각보다 잘 어울려 만족했다”고 말했다.
촬영 현장을 이벤트 장소로
코로나 앤데믹을 맞아 마스크를 벗는 일상생활이 빠르게 안착되면서 졸업사진 촬영 풍경이 변화하고 있다. 2009년 이후 매년 재치 있는 콘셉트로 주목받은 의정부고등학교의 독특한 졸업사진 문화가 Z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유행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추세는 지난해 4월 ‘포스트 오미크론 학교 일상회복 추진 방안’을 추진하며 정상 등교로 전환되고, 5월부터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이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벗으며 친구들과 격이 없이 지내게 되고, 학교와 교실에서 자유롭게 떠들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데 따른 것이다.
무엇보다 올해 중3과 고3 학년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 중지와 원격수업 전환이 시작된 2020년 당시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이었다는 점에서 현장학습과 체육대회는 물론 수학여행, 졸업여행도 하지 못했던 세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졸업사진’ 촬영을 졸업 전 마지막으로 누리는 특별한 이벤트로 여기면서 일종의 선물, 축제처럼 즐기자는 여론도 한몫했다.
김양은 “6학년 때는 친구를 사귀는 것조차 힘들어 친구들과 졸업사진 콘셉트를 의논하기는커녕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며 “마스크를 벗고, 친구들과 수다떨며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양 역시 “고등학교 3년 동안 추억이 많이 없어 아쉬웠지만, 올해 3학년 친구들은 마스크를 벗으면서 더욱 친해질 수 있었고, 졸업사진 콘셉트 논의도 수시로 할 수 있었다”며 “의정부고 졸업사진이 화제가 될 때마다 부러웠는데, 나도 학창시절에 그런 추억을 하나 만들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들 학교 졸업사진 촬영 현장에는 복고풍 의상과 교복뿐 아니라 엘사와 안나 등 공주, 빨간망토 차차, <오징어 게임> 추리닝, <스즈메의 문단속>과 <너의 이름은> 의상, 바넬로피, <해리 포터> 속 호그와트, 군악대 제복, BTS, 뉴진스 등 기발하고 다양한 코스튬이 등장했다고 한다.
영서중 3학년 박세연군은 “지난 5월 수학여행을 계기로 다른 반 친구들과도 친분을 쌓은 덕분에 다른 반 콘셉트 회의 내용을 참조하며 기발함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고 끝까지 눈치싸움을 했다”며 “양말, 스카프, 브로치 등 세세한 소품까지 발품을 팔아 준비했는데, 친구들과 더 친해지고 특별한 추억도 쌓아 일석이조였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 찍는 날이 축제처럼 느껴질 정도로 화기애애했고, 선생님들도 재밌어하셔서 모처럼 학교에 웃음꽃이 피었다”며 “3년 뒤 고등학교 졸업사진 찍을 때에도 이런 경험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앤데믹을 맞아 마스크를 벗는 일상생활이 빠르게 안착되면서 기존 졸업사진의 틀을 깬 개성 있는 콘셉트의 졸업앨범 촬영이 Z세대의 특별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의상 대여업체 호황에 인기
이런 졸업사진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의상 대여업체도 성업 중이다. 인터넷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졸업사진 의상 대여’를 검색하면, 수십 곳의 업체가 검색된다. 교복, 한복, 경찰·간호사·승무원 제복, 캐릭터 의상 등 종류가 다양할 뿐 아니라 대여 비용도 1만~3만원 선으로 직접 구입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과거와 달리 편의점 택배 등이 보편화되면서 이전보다 반납 절차가 한결 수월해진 점도 학생들의 대여업체 이용률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박군은 “복고 의상을 주변에서 구하기 쉽지 않아 인터넷에서 검색해 대여했다”며 “여자 의상들이 다수여서 구하기 힘들었지만, 한복을 콘셉트를 정한 다른 반 남자애들보다는 조금 쉽게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에 있는 대여업체에서 복고 교복을 빌렸다는 김양은 “당시 학생처럼 보이려고 검정 스니커즈 운동화, 빨간색 머리띠와 선도부 어깨띠 등은 기념품으로 소장하려고 중고 제품으로 직접 구입했다”고 말했다.
졸업앨범 사진 촬영 시즌을 맞아 다양한 콘셉트의 의상을 합리적으로 이용하려는 10대들의 수요가 맞물리면서 관련 품목들의 중고 거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패션 중고 거래 앱 번개장터에 따르면, 5월 1~14일까지 2주간 테마·이벤트 의류 카테고리의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증가했다.
번개장터 검색어 순위에서도 ‘졸업사진’이 5월 1~2주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졸사’ ‘졸사 컨셉’ 등의 키워드도 순위에 올랐다. 키워드별 검색량도 ‘졸업사진 Y2K’ 검색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820배 이상 급증했으며, 1990년대 가수인 SES와 HOT 콘셉트를 찾는 ‘졸업사진 SES’(약 170배), ‘졸업사진 캔디’(약 51배) 검색량이 크게 늘었다. 복고 감성을 즐길 수 있는 ‘졸업사진 개화기’와 ‘졸업사진 한복’도 각각 223%, 111% 증가했다고 번개장터 쪽은 설명했다.
번개장터 김유림 PR 매니저는 “기존 졸업사진의 틀을 깬 개성 있는 콘셉트의 졸업앨범 촬영이 Z세대의 특별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자신만의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콘셉트의 의상을 찾는 학생들이 늘며, 관련 상품의 중고 거래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박상은 대표는 “야외에서 졸업사진을 찍는 학교들이 크게 늘면서 캐릭터 코스튬과 코스프레, 7080과 Y2K 복고 의상을 찾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올해 처음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소품용 의상 일부를 대여해봤는데, 반응이 좋았을 뿐 아니라 향후 시장이 더 커질 것 같아 의상 대여업으로의 사업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앤데믹을 맞아 마스크를 벗는 일상생활이 빠르게 안착되면서 기존 졸업사진의 틀을 깬 개성 있는 콘셉트의 졸업앨범 촬영이 Z세대의 특별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초등학생까지 동참 분위기
교복, 청바지와 흰티를 차려입고 단정하게 사진을 찍는 모습과 별개로 의정부고 학생들처럼 졸업사진을 찍는 문화는 과거에도 있었다. 다만, 최근 달라진 추세는 자신의 장점과 개성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Z세대의 성향과 맞물려 ‘졸업사진 콘테스트’가 열리기도 한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송수연(가명) 교사는 “콘테스트는 주로 학생회나 반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진행한다”며 “우승 선물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남’ ‘인기녀’로 등극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푸는 일종의 축제 겸 이벤트로 졸업사진을 적극 활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한 졸업사진 촬영 문화가 중·고등학교를 넘어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전파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수아양은 “초등학교 6학년 동생 두나도 조만간 졸업사진을 찍는데, Y2K 패션을 대표하는 통이 넓은 바지와 몸에 딱 달라붙는 티셔츠를 입겠다고 선언했다”며 “그 말을 들은 부모님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당시 걸그룹 등 유행 의상을 예로 들며 조언해주셔서 덕분에 부모님과의 대화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두나양은 “선생님께 졸업사진 의상에 대해 여쭤봤더니, 입고 싶은 대로 입어도 된다고 해서 Y2K로 할지, SES·핑클·베이비복스 등 옛날 걸그룹 패션으로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서로의 캐릭터와 의상이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졸업사진 찍을 때 어떤 옷을 입을지 물어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과다노출 및 직업 비하 주의 필요
졸업사진을 찍을 때 콘셉트에 대한 욕심이 과한 나머지 때로는 진한 화장, 망사 스타킹 등 야한 의상으로 신체를 과하게 노출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특정 인물을 지나치게 희화하거나, 특정 직업 비하나 성적 대상화 등의 콘셉트로 촬영을 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대학교 1학년 강유미양(가명)은 “지난해 졸업사진을 찍을 때 가슴이 깊이 팬 티셔츠와 미니스커트를 입은 친구가 있어서 선생님께 혼난 뒤 카디건을 입고 촬영했다”며 “졸업사진은 핼러윈데이 코스튬이 아닌 만큼 학생의 본분을 지키기 위한 규칙과 규율을 자발적으로 정해 선을 넘지 않도록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수연 교사는 “학생 신분을 넘어서는 의상 등은 학생들끼리 사전에 의논하면서 자제시키거나 걸러내는 등 적정선을 지키려는 문화가 비교적 잘 조성돼 있는 편”이라며 “교사와 부모 등 기성세대가 졸업사진 촬영 문화를 Z세대의 고유한 문화로 인정하는 한편 열린 마음으로 응원하고 지지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학생들 제공
교복 대신 드레스·한복·복고 등장
마스크 벗고 친구와 거리 좁힌 탓
코스프레 통해 개성과 장점 표출
졸사, Z세대 특별한 문화로 정착
코로나 앤데믹을 맞아 마스크를 벗는 일상생활이 빠르게 안착되면서 기존 졸업사진의 틀을 깬 개성 있는 콘셉트의 졸업앨범 촬영이 Z세대의 특별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 내년 2월 졸업 예정인 중학교 3학년 김예은(가명)양은 얼마 전 졸업사진 촬영을 했다. 사진 촬영을 앞두고 인스타그램 등을 검색하며 반 친구들과 콘셉트를 의논했다는 그는 “각자 취향과 선호하는 인물에 맞춰 특정 의상, 캐릭터 코스튬, 제복 등을 입기로 정했다”며 “평소 입던대로 사진을 찍겠다는 친구들은 거의 없었고, 오히려 반별로 회의까지 하면서 소품을 준비하고 의상을 수선하기도 하는 등 기발하고 독창적인 의상을 선보여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 신도림고 3학년 이수아양은 <토이 스토리> 우디 복장으로 졸업사진을 선택했다. 그는 “반 애들과 코스프레가 겹치지 않게 하려고 의논해서 캐릭터를 정했다”며 “공주 의상에 도전하고 싶었으나 키가 작고, 통통한 편이고 친구 여럿이 공주 의상을 한다고 해서 남성 캐릭터임에도 귀엽고 깜찍한 이미지 연출이 가능할 것 같아 선택했는데, 생각보다 잘 어울려 만족했다”고 말했다.
촬영 현장을 이벤트 장소로
코로나 앤데믹을 맞아 마스크를 벗는 일상생활이 빠르게 안착되면서 졸업사진 촬영 풍경이 변화하고 있다. 2009년 이후 매년 재치 있는 콘셉트로 주목받은 의정부고등학교의 독특한 졸업사진 문화가 Z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유행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추세는 지난해 4월 ‘포스트 오미크론 학교 일상회복 추진 방안’을 추진하며 정상 등교로 전환되고, 5월부터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이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벗으며 친구들과 격이 없이 지내게 되고, 학교와 교실에서 자유롭게 떠들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데 따른 것이다.
무엇보다 올해 중3과 고3 학년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 중지와 원격수업 전환이 시작된 2020년 당시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이었다는 점에서 현장학습과 체육대회는 물론 수학여행, 졸업여행도 하지 못했던 세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졸업사진’ 촬영을 졸업 전 마지막으로 누리는 특별한 이벤트로 여기면서 일종의 선물, 축제처럼 즐기자는 여론도 한몫했다.
김양은 “6학년 때는 친구를 사귀는 것조차 힘들어 친구들과 졸업사진 콘셉트를 의논하기는커녕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며 “마스크를 벗고, 친구들과 수다떨며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양 역시 “고등학교 3년 동안 추억이 많이 없어 아쉬웠지만, 올해 3학년 친구들은 마스크를 벗으면서 더욱 친해질 수 있었고, 졸업사진 콘셉트 논의도 수시로 할 수 있었다”며 “의정부고 졸업사진이 화제가 될 때마다 부러웠는데, 나도 학창시절에 그런 추억을 하나 만들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들 학교 졸업사진 촬영 현장에는 복고풍 의상과 교복뿐 아니라 엘사와 안나 등 공주, 빨간망토 차차, <오징어 게임> 추리닝, <스즈메의 문단속>과 <너의 이름은> 의상, 바넬로피, <해리 포터> 속 호그와트, 군악대 제복, BTS, 뉴진스 등 기발하고 다양한 코스튬이 등장했다고 한다.
영서중 3학년 박세연군은 “지난 5월 수학여행을 계기로 다른 반 친구들과도 친분을 쌓은 덕분에 다른 반 콘셉트 회의 내용을 참조하며 기발함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고 끝까지 눈치싸움을 했다”며 “양말, 스카프, 브로치 등 세세한 소품까지 발품을 팔아 준비했는데, 친구들과 더 친해지고 특별한 추억도 쌓아 일석이조였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 찍는 날이 축제처럼 느껴질 정도로 화기애애했고, 선생님들도 재밌어하셔서 모처럼 학교에 웃음꽃이 피었다”며 “3년 뒤 고등학교 졸업사진 찍을 때에도 이런 경험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앤데믹을 맞아 마스크를 벗는 일상생활이 빠르게 안착되면서 기존 졸업사진의 틀을 깬 개성 있는 콘셉트의 졸업앨범 촬영이 Z세대의 특별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의상 대여업체 호황에 인기
이런 졸업사진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의상 대여업체도 성업 중이다. 인터넷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졸업사진 의상 대여’를 검색하면, 수십 곳의 업체가 검색된다. 교복, 한복, 경찰·간호사·승무원 제복, 캐릭터 의상 등 종류가 다양할 뿐 아니라 대여 비용도 1만~3만원 선으로 직접 구입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과거와 달리 편의점 택배 등이 보편화되면서 이전보다 반납 절차가 한결 수월해진 점도 학생들의 대여업체 이용률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박군은 “복고 의상을 주변에서 구하기 쉽지 않아 인터넷에서 검색해 대여했다”며 “여자 의상들이 다수여서 구하기 힘들었지만, 한복을 콘셉트를 정한 다른 반 남자애들보다는 조금 쉽게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에 있는 대여업체에서 복고 교복을 빌렸다는 김양은 “당시 학생처럼 보이려고 검정 스니커즈 운동화, 빨간색 머리띠와 선도부 어깨띠 등은 기념품으로 소장하려고 중고 제품으로 직접 구입했다”고 말했다.
졸업앨범 사진 촬영 시즌을 맞아 다양한 콘셉트의 의상을 합리적으로 이용하려는 10대들의 수요가 맞물리면서 관련 품목들의 중고 거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패션 중고 거래 앱 번개장터에 따르면, 5월 1~14일까지 2주간 테마·이벤트 의류 카테고리의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증가했다.
번개장터 검색어 순위에서도 ‘졸업사진’이 5월 1~2주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졸사’ ‘졸사 컨셉’ 등의 키워드도 순위에 올랐다. 키워드별 검색량도 ‘졸업사진 Y2K’ 검색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820배 이상 급증했으며, 1990년대 가수인 SES와 HOT 콘셉트를 찾는 ‘졸업사진 SES’(약 170배), ‘졸업사진 캔디’(약 51배) 검색량이 크게 늘었다. 복고 감성을 즐길 수 있는 ‘졸업사진 개화기’와 ‘졸업사진 한복’도 각각 223%, 111% 증가했다고 번개장터 쪽은 설명했다.
번개장터 김유림 PR 매니저는 “기존 졸업사진의 틀을 깬 개성 있는 콘셉트의 졸업앨범 촬영이 Z세대의 특별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자신만의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콘셉트의 의상을 찾는 학생들이 늘며, 관련 상품의 중고 거래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박상은 대표는 “야외에서 졸업사진을 찍는 학교들이 크게 늘면서 캐릭터 코스튬과 코스프레, 7080과 Y2K 복고 의상을 찾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올해 처음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소품용 의상 일부를 대여해봤는데, 반응이 좋았을 뿐 아니라 향후 시장이 더 커질 것 같아 의상 대여업으로의 사업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앤데믹을 맞아 마스크를 벗는 일상생활이 빠르게 안착되면서 기존 졸업사진의 틀을 깬 개성 있는 콘셉트의 졸업앨범 촬영이 Z세대의 특별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초등학생까지 동참 분위기
교복, 청바지와 흰티를 차려입고 단정하게 사진을 찍는 모습과 별개로 의정부고 학생들처럼 졸업사진을 찍는 문화는 과거에도 있었다. 다만, 최근 달라진 추세는 자신의 장점과 개성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Z세대의 성향과 맞물려 ‘졸업사진 콘테스트’가 열리기도 한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송수연(가명) 교사는 “콘테스트는 주로 학생회나 반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진행한다”며 “우승 선물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남’ ‘인기녀’로 등극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푸는 일종의 축제 겸 이벤트로 졸업사진을 적극 활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한 졸업사진 촬영 문화가 중·고등학교를 넘어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전파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수아양은 “초등학교 6학년 동생 두나도 조만간 졸업사진을 찍는데, Y2K 패션을 대표하는 통이 넓은 바지와 몸에 딱 달라붙는 티셔츠를 입겠다고 선언했다”며 “그 말을 들은 부모님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당시 걸그룹 등 유행 의상을 예로 들며 조언해주셔서 덕분에 부모님과의 대화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두나양은 “선생님께 졸업사진 의상에 대해 여쭤봤더니, 입고 싶은 대로 입어도 된다고 해서 Y2K로 할지, SES·핑클·베이비복스 등 옛날 걸그룹 패션으로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서로의 캐릭터와 의상이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졸업사진 찍을 때 어떤 옷을 입을지 물어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과다노출 및 직업 비하 주의 필요
졸업사진을 찍을 때 콘셉트에 대한 욕심이 과한 나머지 때로는 진한 화장, 망사 스타킹 등 야한 의상으로 신체를 과하게 노출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특정 인물을 지나치게 희화하거나, 특정 직업 비하나 성적 대상화 등의 콘셉트로 촬영을 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대학교 1학년 강유미양(가명)은 “지난해 졸업사진을 찍을 때 가슴이 깊이 팬 티셔츠와 미니스커트를 입은 친구가 있어서 선생님께 혼난 뒤 카디건을 입고 촬영했다”며 “졸업사진은 핼러윈데이 코스튬이 아닌 만큼 학생의 본분을 지키기 위한 규칙과 규율을 자발적으로 정해 선을 넘지 않도록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수연 교사는 “학생 신분을 넘어서는 의상 등은 학생들끼리 사전에 의논하면서 자제시키거나 걸러내는 등 적정선을 지키려는 문화가 비교적 잘 조성돼 있는 편”이라며 “교사와 부모 등 기성세대가 졸업사진 촬영 문화를 Z세대의 고유한 문화로 인정하는 한편 열린 마음으로 응원하고 지지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학생들 제공